언론보도

[한겨레 2017.11.13]
 
“와~~ 장난 아니다”, “대박인데”….
교실에 드론이 떴다.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부천 송내고 1학년 9반 환경교육 시간. 안재정 교사는 200만원 상당의 드론 ‘디제이아이(DJI) 매빅 프로’와 고글 세트를 보여준 뒤 4차 산업혁명에 관해 이야기했다. 3D프린터, 가상·증강현실(VR·AR) 사례도 소개했다. 단순히 이런 기술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아니라, 도구를 왜 쓰는 거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강조했다. ‘경험 차이에 따라 상상하는 깊이가 달라진다’는 것, 학생들이 도구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 학교는 과학과 사회를 ‘환경’이라는 열쇳말과 합쳐 가르친다. 이를 위해 전국 최초로 이에스디(ESD·지속가능발전교육) 교과중점학교를 운영 중이다. 이에스디는 빈곤·물·에너지·기후변화·생물다양성·문화다양성 등 지역사회와 세계가 직면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대두한 개념이다. 환경, 경제, 사회 세 분야의 상호작용이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으로, 삶 속에서 실천하도록 이끄는 교육이다.
안 교사는 “드론으로 멸종위기 오랑우탄 서식지를 관찰하거나 선박의 기름유출 감시 활동을 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도구를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석훈군(2학년)은 “수업을 들으며 환경뿐 아니라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3D프린터도 처음 알았다. 이걸 이용해 성형도 하고 음식도 만들고 치료도 한다더라. 간호사가 되고 싶은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의료 분야에 이 기술을 활용하고 싶다”고 했다.
 
 
숲이나 생태 위주 진행 방식 벗어나
지속가능발전이나 생활 연계해 활동
지역 하천 수질, 교내 미세먼지 측정
지식 전달 아닌 통합적인 문제 접근
환경뿐 아니라 사회문제도 관심 생겨
 
 
 
 
서강고 환경과학동아리 학생들이 광주천 수질개선을 위해 이엠(EM)흙공을 만들고 있다. 서강고 제공
 
서강고 환경과학동아리 학생들이 광주천 수질개선을 위해 이엠(EM)흙공을 만들고 있다. 서강고 제공
 
 
미세먼지 ‘나빠’ 말고 ‘원인 찾아 해결해’
학생들은 환경이라고 하면 교내 환경미화나 봉사활동 정도를 떠올린다. 2016년 전국 중고등학교 환경교과 선택률은 8.9%였다. 전공교사도 줄어드는 등 학교 환경교육 기반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올해 ‘꿈꾸는 환경학교’ 사업을 시작했다. 환경교사가 배치된 학교 가운데 9개교를 선정해 환경교실이나 테마형 환경 공간 등 시설을 갖추고 환경교육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짜는 등 전문 환경교육 기반을 만들고자 한 것.
환경학교는 지원 규모나 학교 여건에 따라 각각의 주제를 정해 운영한다. 교사들이 정한 올해 환경학교 공동 주제는 ‘미세먼지’다. 환경학교인 송내고는 지식 전달보다 통합적 관점에서 환경적 가치와 태도를 기르고 실천하자는 뜻에서 이에스디와 연계해 진행한다.
기존 미세먼지 관련 교육은 교육청에서 내려온 자료를 보고 미세먼지가 뭐고, 어떤 피해를 준다, 이렇게 대처하라 정도였다. 송내고 학생들은 미세먼지를 환경, 과학, 기술 분야로 접근했다. ‘송내고 관측소’를 만들어 교실과 교무실, 교실 밖 야외공간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했다. 인터넷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자료를 빅데이터화하고 이를 커뮤니티 매핑(개인들이 그 공동체가 공유하는 이슈에 관한 정보를 직접 수집해 지도에 표시하는 것)으로 구현했다. 지역의 다른 위치와 미세먼지양을 비교해 교통량이나 온도 등 원인을 분석했다.
강지수양(2학년)은 “처음엔 이에스디가 뭔가 궁금해서 신청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정형행동 교정, 미세먼지, 기후변화 관련한 내용도 새롭게 알게 됐다”며 “예전에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는데 지금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다른 이들도 함께 고민하면 좀 더 다양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 교사는 “이에스디는 사회나 기술 교과와 융합해 통합적 환경교육을 하기 적합한 모델이다. 예전처럼 숲을 찾고 생태 위주로 진행하는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의 삶과 공간 속에서 환경적 요소를 해석해내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각성을 부각해 사회적으로 이뤄지는 해결책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세부적으로 문제에 접근해보는 것이다. 송내고는 통합교육을 위해 환경학교 지원금으로 방사능, 염도나 당도, 이산화탄소 수치를 측정할 기구도 구매할 계획이다.
 
 
 
 
서강고 환경과학동아리 학생들이 비닐봉지 사용 줄이기 캠페인 활동으로 시장바구니를 제작해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서강고 제공
 
서강고 환경과학동아리 학생들이 비닐봉지 사용 줄이기 캠페인 활동으로 시장바구니를 제작해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서강고 제공
 
 
광주천, 시장 등에서 지역 밀착 활동 벌여
서강고(광주광역시 소재) 봉병탁 교사는 17년째 환경과학동아리 ‘MARS’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교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을 기반으로 캠페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인다.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자는 의미로 시장바구니 2000개를 만들어 학교 근처 운암시장이나 동네에서 나눠줬다. 봉 교사는 “상인들이 기특하다고 과일을 나눠주기도 하고 주민들도 더 달라고 할 정도로 인기였다”고 했다.
광주천을 찾아 쓰레기 치우는 작업도 하고 수질 개선을 위해 이엠(EM, 친환경 유용 미생물 발효액) 흙공을 만들어 던지기도 했다. 억새를 잘라 소독한 뒤 젓가락을 만들어 전교생과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조현민(2학년)군은 “과학에 관심 있어 동아리에 참가했는데 환경 관련한 분야를 많이 배웠다. 실제 활동이 많아 더 흥미로웠다”고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지역아동센터에 가서 아이들과 전기로 모터를 돌리거나 센서를 활용한 가로등 원리를 실험키트를 이용해 알려줬다. 광주천 청소 작업도 꾸준히 하면서 예전보다 냄새도 줄고 깨끗해진 걸 느껴 뿌듯했다.”
일반고라 학생들이 시간 내기도 쉽지 않고 환경에 관심 가질 기회도 거의 없었다. 주변에 무등산이나 광주천이 있지만 잘 몰랐다. 봉 교사는 이 점이 안타까워 활동을 시작했다. “동네나 지역과 연계한 건 생활 속에서 좀 더 밀접하게 와닿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면 환경을 해친다’는 건 알지만 직접 실천할 생각은 잘 안 한다. 아이들이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깨닫고 생활에도 변화가 왔다.”
학생들은 쓰레기 소각장, 하수종말처리장, 기상청, 에너지공단도 견학했다. 쓰레기나 하수 처리 과정을 눈으로 보고 기후변화나 에너지 절약에 대해 좀 더 깊게 알기 위해서다. 기관 방문 후 지역 도로변의 오염시설물을 조사해 환경오염 실태를 알리고 광주천의 수질을 직접 측정해 개선 작업을 했다. 전기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이며 부채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조군은 동아리 활동을 하며 에너지 자원이나 원자력 분야에 대한 내용도 접했다. 탈원전 정책을 주제로 교내에서 발표도 했다. 그는 “이 활동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순 동아리 활동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그만큼 환경을 지키는 활동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일이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출처:
//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18861.html#csidx2efa6457a29d7069f0508d69fe2ad42